山 行

덕유산 - 겨울

桃溪도계 2009. 1. 20.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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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 - 겨울

 

덕유산 가는길...

겨울비가 내린다.

덕유산에 눈마중 가려고 손꼽아 기다렸는데 염치없이 비가내린다.

5mm 내리겠다는 기상청의 예보를 조롱하듯 꽤 많은 비가 내린다.

일행은 술렁인다.

이 겨울에 이렇게 많은 비를 맞고 어떻게 산을 오를 수 있을까.

아니다.

덕유산 턱 밑에서 그냥 돌아 갈 수는 없는 일이다.

 

겨울비를 맞으며 산에 오르기로 했다.

다소 술렁이던 분위기는 산에 발을 디디면서 잦아 들었다.

초췌한 모습으로 어설프게 산을 오른다.

 

중턱에 올랐을까.

짓궂게 내리던 비는 어느새 사락눈으로 변신했다.

탄성이 터진다.

비 때문에 산에 오르지 않았다면

그 후회를 어찌 다 감당하랴.

 

 

 

 

고도가 높아질수록 눈발은 커지고 거세진다.

우리가 바라던 바이다.

적설기에

마음껏 눈속에 나를 녹여낸다.

 

 

 

 

눈이 바쁘다.

경이로운 눈맞이에 넋이 나간다.

그렇지만

산에 오르는 사람은 언제나 겸손해야 한다.

산에 오르는 이유는

자연이 전해주는 준엄한 겸손을 배우기 위함일테다.

 

 

 

 

 

가도가도 눈길이다.

원없이 눈 속에 묻혀서 눈만 보면서 눈을 밟으며 걷는다.

내가 가야 할 길이 어딘지 모르겠다.

그냥 ..

앞사람의 발자국을 따라 의식없이 뚜벅뚜벅 걷는다.

내가 가야 할 길이었는지 모른다.

나는 예정된 행로를 따라 인생을 걷는다.

 

 

 

 

 

눈으로 묻힌 덕유산에는

짐승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아마...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서 산짐승들이 발자국을 감추고 있나보다.

그들은 숨죽이며 인간을의 행태를 살필것이다.

오물 버리는 사람.

욕하는 사람.

자연을 헤치는 사람.

그들은 모두 기억하고 있을게다.

 

 

안개 자욱한 덕유산의 주능선에는 눈발이 흩날리고 거센 바람이 볼때기를 후려갈긴다.

고개를 맞설수가 없다.

어떤 이는 바람에 휘청이며 넘어지기도 한다.

볼때기가 얼얼하다.

아무 생각이 없다.

오로지 이 추위와 바람을 빨리 벗어나고 싶을뿐이다.

 

 

 

그렇다..

인생길에는

이렇게 모진 바람을 맞아야 할 때도 있다.

그렇다고 주저앉을수는 없다.

나는 내가 가야 할 길을 가야한다.

그 길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울지라도 물러설수는 없다..

그래..가자

앞으로 또 앞으로 가자

 

 

 

생명을 다한 주목이 눈속에 운치를 더해준다.

그는

숨쉬는 생명의 끈을 놓았지만.

아직 그 형상을 다 버리지 않고 있다.

저렇게 또 얼마나 많은 세월을 보내야 흙으로 돌아갈까.

애처롭게 버티는 모습에서 연민의 정이 느껴진다.

고집 피우지 말고

그냥 쓰러져 버리면 편할텐데...

아직 할 일이 남았나보다.

후생들이 더 자랄때까지 덕유산을 지키고 싶었나보다.

 

정상에서

폼 잡고 있을 여유가 없다.

빨리 이 추위와 바람을 벗어나고 싶다.

그러면..

왜 산을 올랐을까.

매서운 추위를 알면서도 올랐다.

무엇을 얻고자 올랐을까.

글쎄...

그건 나도 모르겠다.

그냥 산이 있으니 올랐다.

눈이 보고싶어서 겨울산을 올랐다.

 

 

 

* 일      시 : 2009년 1월 18일

 

* 산 행  로 : 안성리 - 동엽령 - 백암봉 - 중봉 - 향적봉 - 백련사 - 삼공리

 

* 산행시간 : 5시간 30분

 

* 위      치 : 전남 무주군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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