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잡이 - 양포항
고등어 잡이 - 양포항
바다로 간다.
가슴 한 켠에 재워두었던
울렁임을 깃발에 걸고 바다로 간다.
가슴은
바다를 만나면
퇴적층 처럼 쌓였던 막힘을 풀어낸다.
까치발로 바다의 끝을 가늠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
가슴에 묻었던 회한을 닮았다.
언제 어느때나
열려있는 바다
내가 울면
내 눈물을 담아낼뿐 울지 않는다.
설운 사랑에 내 볼기짝은 야위어 가고
나는
눈물을 받아 낼 가슴이 모자라
바다로 간다.
고등어떼가 사랑을 꿈꾸는
양포항 어귀를 돌아 바다로 간다.
내 가슴에서 지우지 못 할
고등어 같이 퍼덕거리는 사랑을 배우러 바다로 간다.
매번 느끼지만...
바다에는 물이 많다.
무지 많다.
내가 어쩌지 못할 만큼 물이 많다.
그 바다물에 나를 담군다.
고등어를 잡으로 떠난단다..
새우가 배꼽 잡고 웃을 일이다.
참 신기하다.
이 큰 바다에
크릴새우 미끼에 고등어가 걸려든다..
낚시대가 휘청거릴 만큼 퍼덕거림이 맛깔스럽다.
어제밤 과음으로 찌푸린 얼굴로 출발했던 친구들의 얼굴에
벙글벙글 웃음이 열린다.
한꺼번에 두마리씩도 걸려든다.
그러다가 한참동안 조용하다.
아무래도 고등어떼가 우리를 좀 쉬게 하려나 보다.
쉬는 사이 자세도 고치고 입담도 나누고
그러다
고등어떼가 달려들면 멋지게 줄다리기를 하면 된다.
싱싱한 손맛이 일품이다.
갈매기떼..
그들은 배 주변을 호위하듯 따라다닌다.
낚시 미끼나 밑밥에 관심이 많다..
저놈들도
인간들이 만든 조미료 같은 미끼에 많이 길들여졌다.
저러다 야생성을 잃으면 어쩌나..
제발 그러지 말기를 바란다.
그냥 간식꺼리로 입맛만 보고 놀다 가면 좋겠다.
서너시간 동안 잡은 고등어가
30센티급으로 50마리 이상이다.
배 위에서 선장이 회를 뜬다.
언제나 그랬듯이
배위에서 먹는 회 맛은 환상이다.
그 맛을 표현하려니 군침이 돌아서 말문이 막힌다.
싱싱함이 맛의 비결이다.
잠시 우리를 기다렸을 등대...
언제봐도 듬직하고 멋있다.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겠지만..
짧은 인사로 훗날을 기약한다.
뭍에 내려서
우리는 그냥 돌아설 수가 없다.
다시 고등어를 굽는다.
소주를 마시면서 하루를 정리한다.
양포항에는 고등어가 많다.
누구든지 달려가면 마음껏 그들을 만날 수 있다.
아주 길지 않는 시간에
불현듯 다시 올지도 모르겠다.
* 일 시 : 2008년 11월 23일
* 위 치 : 경상북도 포항시 장기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