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行

북산한 - 원효봉

桃溪도계 2008. 10. 18. 20:12
반응형

 

북한산 - 원효봉

 

탱자가 가을 햇살을 가득안고 웃는다.

너는 운명처럼 거기 그 자리에서 한 평생을 살기로 작정하였구나.

세상 살다보면 시름이야 없겠냐만은

너는 용케도 잘 버티며 그렇게 훌쩍 컸구나.

 

탱자야!

나는 네가 부럽다.

인간들은 대단한 행복을 찾겠다고 비행기를 타고..

때로는 우주선에 몸을 실어 대기권 밖으로 여행을 다니곤 하지만,

나는 그들이 마냥 행복하리라 생각치 않는다.

평생을 한 자리에서

계절을 벗하며

봄에는 꽃 피우고 여름엔 무성한 잎을 달고 가을엔 이렇게 노란 탱자를 맺는

그리고 겨울에는 이것 저것 다 비우고

향기마저도 비울 줄 아는 너는 仙人이다.

누가 너보다 더 행복하다 말 할 수 있으랴.

  

산부추도 꽃을 달고

날이 추워질세라 열매를 맺기 바쁘다.

가을아 좀 만 더 기다려다오

내 설움이 너의 적삼에 뚝뚝 떨어질라.

가을아..

한 숨 쉬어 가자꾸나.

 

 

원효봉 오르는 길은 그리 길지는 않다.

산성을따라 다소 가파른 길을  땀 흘리며 오르다보면 봉우리에 닿을 수 있다.

 

 

 

 

이 산성을 따라 저 능선까지 이어가면

북한산 진흥왕 순수비를 만날 수 있다.

그 옛날 신라 영토의 경계가 되었던 산성 길을 오를때면

인간과 국가..

그 국가와 영토..

그리고 전쟁을 떠올린다.

평화를 지키려는 자들은 항상 전쟁에 준비한다.

그러고 보면..

인간들에게 평화란 ...

그리 쉽게 얻어지는게 아닌가보다.

전쟁을 준비하지 않고 평화를 얻기 어렵다는걸 깨닫는데는 그리 오랜시간이 필요치 않다.

 

 

 

한 때 같이 동고동락했던 멋진 우정들이다.

가끔 서로를 잊지않기 위해 이렇게 모여서 산에 오른다.

산에 오르는 우정은 쉽게 흩어지지도 않는다.

내년에도 우리는 또 산을 오를것이다.

그 후년에도 산에 오르기를 희망한다.

 

 

 

원효봉 정상에 오르면

백운대가 올려다 보인다.

다시 백운대로 길을 잡아서 더 높은 곳을 오르고 싶지만,

때로는

자신이 낮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 만큼의 여운을 남겨두는 지혜가 필요하리라.

 

 

* 일     시 : 2008년 10월 3일

 

* 산행시간 : 2시간

 

* 산 행 로 : 효자동 - 효자암 - 원효봉 - 효자동(원점회귀)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