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行

장성봉 -악휘봉

桃溪도계 2008. 5. 28. 07:29
반응형

 

장성봉/악휘봉

 

산은

길을 찾는이에게 길의 참된 의미를 일러준다.

 

백두대간의 중심구간에 해당하는 장성봉을 오르는 길이 희미하다.

들머리에서 장성봉까지 가파른 산 길을 오른다.

정상적인 길이 아니라 새로이 길을 내어 올랐다.

 

그리 길지 않는 산길이지만 땀이 흥건히 베인다.

한 시간 동안 헉헉대며 진땀을 쏟았다.

산마루에 오르면

흘린 땀을 씻어주느라 산바람이 분다.

묘한 인연이다.

 

장성봉 정상에서 산 바람을 맞는다.

정상을 오르면서 겪었던 작은 고통들이 산 바람에 한꺼풀씩 지워진다.

바람은 어찌 알고 불어주는 걸까.

당신이 반겨주지 않았다면 삐쳐서 다시 내려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산에는 산 꽃이 객들을 반기고

들에는 들 꽃이 지친 피로를 풀어준다.

 

할미꽃이

꽃을 지우고 긴 수염을 달았다.

저건 또 무슨 의미일까.

인공위성에서 전해주는 우주의 비밀정보를 수신하여 땅속으로 보내는 안테나는 아닐까.

 

 

산 길은

험준한 계곡길과  비교적 편안함을 주는 능선길과의 절묘한 조화다.

장성봉에서 악휘봉에 이르는 길은 편안한 능선길이지만 수월하지만은 않다.

악휘봉 정상에서 바라보면

주변 조망이 가슴을 탁 틔이게 한다.

 

산에 오르면

세상이 넓어진다.

그 넓은 세상에서 작은 나를 발견하며 겸손을 배운다.

 

악휘봉 정상 바로 아래에는

조각을 해 놓은 듯한 선바위가 세상을 조망하고 있다.

잠시 경망스러운 생각이 소름을 돋게한다.

저 바위가 넘어지면 어떡하지?

 

 

악휘봉에서 구왕봉에 이르는 구간은 만만하지가 않다.

초입에 장성봉을 오르면서 진이 다 빠져서 그럴까.

조급한 마음이 쉽게 지친다.

 

마지막 봉우리인 구왕봉의 정상석이 귀엽다.

산 사람의 산 마음이 고스란이 새겨져 있는 정상석은

삐까번쩍한 대리석으로 다음어서 기계로 글자를 새긴 정상석보다 더 정겹고 멋지다.

 

 

맞은편에 희양봉의 위엄이 지친 마음을 압도한다.

백두대간 산행의 다음 구간이다.

마음 같으면

저 구간을 이어 걷고 싶지만 일정이 여의치 않다.

그냥 눈 도장만 찍어서 가슴에 새긴다.

다음에 만날때까지 외로워 말고 꿋꿋하게 잘 계시길...

 

 

산행을 하다가 간간이 만나는 고사목...

마음의 피로를 씻어내기에 충분한 아름다움이다.

세월을 지키다가

그 무성한 이파리들을 다 뺏기고

뼈만 앙상하게 남은 당신을 볼 때마다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산을 내려오면

산자락에 들꽃이 반긴다.

산행에서 지친 마음들을 몽땅 지워준다.

들 꽃의 아름다운 마음을 가슴에 담으며 산행의 피로를 푼다.

 

 

 

 

 

 

하산 완료후 하산주를 마시면서 생명의 경이로움을 발견했다.

점빵에 쌓아놓은 음료수 박스에 작은 새들이 둥지를 틀었다.

이 얼마나 멋진 생명인가.

산에서 둥지를 짓고 새끼를 키워야 할 산새가

얼마나 외로웠으면 민가에 내려와 저렇게 새끼를 키울 생각을 했을까.

아직 인간의 두려움을 모르는 작은새들이 입을 한껏 벌리고 배 고프다고 쨍쨍거린다.

 

나도 배 고프다.

 

새들아!!

험한 세상이지만 멋지게 살아보자꾸나..

 

 

* 일     시 : 2008년 5월 25일

 

* 산 행 로 : 버리미기재 - 장성봉 - 악휘봉 - 은티재 - 은티마을

 

* 산행시간 : 6시간 30분

 

* 산행길이 : 약 15km

 

* 위      치 : 충북 괴산군, 경북 문경군 일대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