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行

고양산

桃溪도계 2008. 5. 21. 07:00
반응형

 

고양산

 

오지산행이라는 이유로 맹목적으로 따라 나섰다.

막연하게 오지를 경험해보고 싶은 잠재된 욕심이었다.

 

 

등산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산이라 산길이 없다.

간혹 산나물이나 약초를 캐는 사람들에게 길을 내어주던 산.

산꾼들이 넘치는 호기를 앞세워 염치없이 들이민다.

언제나 자신만만했던 산꾼들이었기에 그리 염려하지도 않았다. 

 

고양산 정상부근에서 취나물을 뜯는 사람들 서너명 만났다.

그 이후로는 단 한 명의 인기척도 느낄 수 없었다.

 

 

고양산 정상에는 그 흔하던 정상석 하나 없다.

우리들은 정상석 대신 종이로 정상 푯말을 만들어 기념촬영을 하며 싱겁게 웃었다.

오지산행을 실감 할 수 있었다.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즐거움 곁으로 두려움도 따라왔다.

 

  

아니나 다를까.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에 지친 산행을 이어가다

길을 잃었다.

걸어왔던 길을 한 시간을 되돌렸다.

더 많이 지쳐간다.

 

인생이 뭐 그렇지...

똑바로만  갈 수가 있나

때로는 둘러서 가고

때로는 되돌아서 곱씹으면서 사는게지.

 

한 때는 행복하게 웃고

또 한 때는 서글프게 웃을수 밖에.

 

 

 

인적이 드문 산이라

취나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가져간 비닐봉투에 소풀 뜯듯이 뜯어서 채곡채곡 넣었다.

어느듯 비닐봉투에 하나가득 차 올랐다.

 

길을 잃어 허둥대었지만

일행들이 있었기에 고민하지 않고 취나물을 뜯으며 쭐레쭐레 산행을 이어갔다.

울창한 숲 속이라

오직 믿을 건 나침반 뿐이다.

 

 

 

산행대장도 길 찾는데 차츰 자신을 잃어가고 있었지만

나는 취나물에 취해서 두려움도 잊었다.

취나물을 잔뜩 넣은 봉투는 산행에 지장을 줄 만큼 무거워졌다.

이제는 그만 뜯어야지...

절반을 들어내어 배낭에 집어넣었다.

봉투가 한결 가벼워져서 마음도 몸도 편해졌다.

 

 

그렇게 자신을 다스릴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나는 다시 불행을 선택했다.

 

취나물이 눈에 뜨이면 냥 지나칠 수 없었다.

내 마음을 거둘 수가 없었다.

반쯤 비어진 봉투에 또 다시 뜯어 넣는다.

무거워서 들어낸 봉투에 또 다시 욕심을 채운다.

 

길을 잃어 헤매는 상황에서도 아랑곳하지 않는 욕망...

그는 무슨색일까.

 

  

날은 저물고

길을 찾기가 어려운 만큼 몸은 더 많이 지쳐갔다.

초행의 산길을 헤매다가

결국..

우리는 예정된 코스로의 산행을 포기하고 다른 코스로 하산하고 말았다.

 

 

산행을 하면서

내 욕심을 마음껏 채웠다.

분명한것은 욕심도 채우면 무거워진다는 것이다.

 

물질이 아닌것은

물질적인 무게로 나타날 수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물질이 아닌 욕망도...

물질의 무게로 나타 날 수 있음을 깨닫는 하루였다.

 

* 일        시 : 2008년 5월 18일

 

* 예정산행로 : 적목동 - 고양산 - 곰목이재 - 도계릉 - 마치 - 상정바위산 - 제 3전망대 - 제 2전망대 - 성황당 - 문곡리 - 조양강

 

* 실제산행로 : 적목동 - 고양산 - 곰목이재 - 고양리

 

* 산행시간 : 6시간

 

* 위      치 : 강원도 정선군 일대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