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림산 - 철쭉
일림산/철쭉
산불인줄 알았다.
송화가루가 뭉게뭉게 피오 오르던날
세상은 노랗게 물들여졌다.
무슨 설움이었나..
붉은 눈물을 웅쿰웅쿰 쏟아내던 일림산에는
꽃 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이
서러움을 털어내며 침을 튀긴다.
누가 모를줄 아나..
몰래 감춰둔 서러움의 빛깔도 붉은 색이었지.
그래서
산허리가 휘도록 붉은 철쭉밭에서
마음껏 토해내는거였어.
그러길 바랐겠지.
아름다움이 뭔지도 모르겠더라
그냥..
철쭉밭에서
붉은 눈물을 마음껏 흘려보고 싶었음이라.
처음보는 풍경이었다
시리도록 붉은 철쭉이 떼를 지어서 시위하듯하는 모습은
아름답다기 보다는 섬칫한 느낌마저 든다.
왜 저리 붉었을까.
철쭉축제를 위해서 였을까.
꼭 그런 기분이었다.
철쭉이 피어서 축제를 즐기는게 아니라
축제 때문에 철쭉이 단장을 했다는 느낌이다.
붉은 심장과 닮아있던 철쭉
그에게서 진한 정이 느껴진다.
다투지 않으리라.
당신앞에서
너잘났네..
내잘났네..
그렇게 유치하게 다투지는 않으리라.
그냥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으면 그만이지
세상 두려울게 뭐 있으랴.
처음에 당신을 만나
한참동안을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섬칫하게 저린 아름다움에
무덤덤한척 했음이라.
철쭉을 하늘에 걸어놓고 내려오는 길에
쭉쭉뻗은 나무숲에서
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한참동안은 올려보고 싶지 않았다.
까만머리가 빨갛게 물들까 두려웠다.
산에는
마음을 시험하는 꽃도 있었다.
* 일 시 : 2008년 5월 4일
* 산 행 로 : 한치재 - 아미봉 - 안부 - 일림산 - 철쭉군락능선 - 삼비산 - 골치산 - 용추폭포
* 산행시간 : 3시간
* 위 치 : 전남 보성군 일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