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산
명성산
가을이 서둘러 꼬리를 감추는 틈으로 산 아래쪽으로 단풍잎들이 채색에 열중이다.
마지막 잎새까지 한치의 오차도 없이 가을의 색을 담아 낼 것이다.
명성산에는 슬픈 전설이 전해내려 온다.
태봉국을 세운 궁예가 망국의 슬픔을 통곡하자 산도 따라 울었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왕건에게 나라를 빼앗긴 궁예의 백성들이 주인을 잃은 슬픔으로 산이 울릴 정도로 울었다 하여
울음산으로 불리우다가.. 울 '명'자와 소리 '성' 자를 써서 명성산으로 불린다는 전설이 있다.
명성산은 궁예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산으로서 경기도 포천과 강원도 철원의 경계에 믿음직스럽게
버티고 있는 산이다.
그 산 속에 가을이 내 마음처럼 녹아들었다.
가을은 궁예의 전설을 단풍에게 전해들었을까.
명성산의 가을이 왠지 측은하다.
명성산 입구에 서 있는 장승들의 웃음에도 슬픔의 포말이 인다.
가을을 떠나보내는 산행객의 마음이 허전하기 때문일까.
늦은 가을을 맞으러 많은 산행객들이 붐빈다.
저 많은 사람들은 무슨 소원이 필요했을까.
등용폭포의 위용이 나무랄데 없다.
계곡의 수량이 풍부하지 못한 탓에 제 모습을 다 드러내지는 못하지만..
얕잡아 볼 일이 아니다.
나무 아래에 서면 내 마음까지도 노란색으로 물 들것 같다.
왠지 내 마음이 들킬것 같은 투명한 노란 단풍나무 밑에 서기가 두렵다.
명성산에는 억새꽃이 제 멋대로 피었다.
산 등성이에 억새꽃밭이 열려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해마다 억새꽃 축제를 열어 명성산의 속내를 드러내 보인다.
하얀 소금을 뿌린듯한 억새꽃이 바람을 따라 은비늘 물결이다.
사람들의 가슴에는 작은 감동이 맺히고.... 그 감동을 따라 하얀 가슴이 오그라든다.
억새는 갈대에 비해 꽃 색깔이 흰 편이고..
갈대가 주로 습지 주변에서 잘 자라는데 반해 억새는 산이나 들에서 잘 자란다.
억새꽃 한 송이의 의미는 그리 크지 않지만..
이렇게 군락을 이루고보니 그 어떤 꽃도 부럽지 않다.
명성산 입구에서 억새꽃 군락지까지는 비교적 평탄한 산행길이다.
억새꽃 군락에서 삼각봉까지 이르는 능선길은 좁은 탓은 있지만 그리 위험하지는 않다.
마지막 가을이 걸린 명성산에는 억새꽃과 단풍이 곱다.
명성산은 산정호수를 꼬옥 끌어안고 있다.
그 옛날 나라를 뺏긴 설움의 눈물을 산정호수에 다 담았나보다.
산을 내려오며 산정호수를 내려보는 마음이 조금은 허전하다.
아무래도 가을을 떠나 보내는 아쉬움을 다 버리지 못한 탓일게다.
* 일 시 : 2007년 10월 28일
* 산행시간 : 5시간 30분
* 산 행 로 : 등산로 가든 - 비선폭포 - 등룡폭포 - 억새꽃밭 - 삼각봉 - 명성산 정상 - 삼각봉 - 억새꽃
밭 - 자인사
* 위 치 : 경기도 포천, 강원도 철원 일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