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行

청계산(17) - 휴식

桃溪도계 2007. 8. 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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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산(17)/휴식

 

 

연일 폭염에 지친 청계산도 쉬고 싶었나보다.

뇌성을 동반한 게릴라성 폭우가 내릴거라고 경고를 한다.

오늘은 산에 올라오지 말라는 얘기다.

인간들이 그렇게 호락호락했다면 우리는 아마 다른 역사의 끝에 서 있었을게다.

 

 

안면 무시하고 염치는 호주머니에 집어넣고..

잠깐만이라도 휴식을 취하고 싶다는 청계산을 흔들어 깨운다.

몸이 찌뿌둥하다. 귀찮은가보다.

 

소나기를 퍼 부을듯 산 안개가 자욱히 내려온다.

힘들어 하는 옆지기에게 내려가자고 꼬드겼다.

힘들어 하면서도 쉽게 허락을 하지 않는다.

 

산 정상에 닿을때까지 비는 내리지 않았다.

고동비 한마리가 울어댄다.

제발 오늘같은 날은 산에 좀 안오면 안되나..

청계산도 휴가가 필요하단다.

우리는 철모르는 소리 하지말라고 일축해버렸다.

 

인간이 가진 왠갖 욕심을 품은 입김과..

침과 가래를 아무렇지도 않게 무심하게 내 �으며 땀을 쏟아낸다.

산은 묵묵히 다 받아주지만..

오늘은 왠지 귀찮아한다.

 

 

미안한 마음이 든다.

휴가철에....

덩달아 조금 쉬고 싶다는 청계산에게 우리는 아무것도 배려하지 않는다.

오늘은 청계산과 산 속에 터를 잡고 있는 산새와 매미.. 이름모를 꽃들 모두..

반긴다기 보다는 입술이 뾰족이 나와 퉁명스럽다.

 

 

인간들은 때를 가리지 않고 산에 오르지만..

산은 말 없이 모두를 품어안는다.

넘치지 말아야할텐데..

산이 인내해 줄 수 있는데까지만 응석을 부려야 할텐데..

일년에 단 몇번만이라도 입산을 통제했으면 좋겠다.

산이 한숨 돌리고 자신을 추스를수 있도록 짬을 내어 줄 수는 없을까.

 

 

산에 휴가를 주자..

계곡의 물이 자랑스럽게 철철 넘치도록 아름다운 휴식을 주자.

단 하루만이라도...

 

 * 산행일시 : 2007년 8월 5일

 

*  산행코스 : 원터골 - 매봉 - 원터골

 

*  산행시간 : 3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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