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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천
봄과 여름의 경계에서
아까시꽃, 찔레꽃 향기가 양재천 물빛에 녹아들면
잉어떼들은 때를 놓칠세라 마지막 안간힘을 다하여 방사를 한다.
그들의 표정은 희열로 가득 차 있다.
생식을 위한 준엄한 질서 앞에서 그들은 더 이상 천적들의 먹잇감이 아니다.
가끔은 뜻 모를 경계에서
앞 뒤 가리지 않고 마음껏 방사하고 싶을 때가 있다.
어떤 목적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내게서 덜어내야 할 것들을 무작정 쏟아내고 싶다.
그렇게 다짐할수록
내 몸을 휘감아 오는 그 무엇..
나는 피하지 않을 것이다..
내게 덮쳐오는 모든 것들을 있는 그대로 다 흡수 해 버릴 것이다.
세상에 왔다 간 흔적을 찾을 수 없을만큼 말끔히 녹아들고 싶다.
그렇게만 된다면
나는 세상 누구도 알아 들을 수 없는 웃음을 삼킬 수 있으리라.
양재천에
아무렇게나 핀 것 같지만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붓꽃, 개망초꽃, 창포꽃, 토끼풀꽃, 찔레꽃, 아까시꽃, 아기똥풀꽃...
그들처럼 웃고 싶다.
가식없이 마음껏 웃고 싶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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